코린이 탈출하기㉯)가상화폐 고래싸움
▶고래
고래는 거대한 양의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를 의미하는 가상화폐 업계 용어다.
보유량이 매우 크기 때문에 때로 대량 매수·매도를 통해 시세를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가상화폐 고래의 존재는 가상화폐의 유동성과 변동성 위험을 동시에 지닌다.
고래들이 대량의 가상화폐를 보유한 채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으면 이는 유동성 경색을 불러올 수 있다.
반면 고래들이 한 번에 대량의 자산을 시장에 내놓을 경우, 이는 급격한 가격하락을 일으켜 시세 변동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통상 가상 지갑 보유자의 실명을 알 수 없어 '고래'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다.
▶FTX와 바이낸스 CEO 고래들의 싸움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유동성 위기와 바이낸스의 FTX 인수 철회 사태를 고래싸움으로 비유하는 기사가 있다.
이번 FTX사태를 이해하고 향후 가상자산 투자시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코인계의 JP모건으로 불린 뱅크먼-프리드
뱅크먼-프리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나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고 2019년 FTX를 창업해 코인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FTX 본사를 바하마에 두고 한때 320억 달러(약 44조 원) 기업가치를 가진 글로벌 5위권 이내 거래소로 키워냈다.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대선 캠페인 때는 개인 후원자 중 두 번째로 많은 정치 자금을 기부해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5월 테라·루나 사태로 코인 시장이 무너졌을 당시엔 자금난에 처한 가상화폐 업체에 구제금융을 제공해 업계의 구원투수로도 떠올랐다.
미국 코인업계는 그의 이런 이력 때문에 세계적인 금융회사를 창업한 존 피어폰트 모건에 빗대 코인계의 JP 모건이라는 별칭을 붙였으나 FTX의 유동성 위기가 그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뱅크먼-프리드의 재산은 156억 달러(21조여 원)에서 10억 달러(1조여 원)로 급감했다.
하루 새 20조 원이 증발한 것이다.
세계 1위 코인 제국 건설한 자오창펑
자오창펑은 중국계 캐나다인이다.
중국에서 태어난 그는 12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했다.
캐나다 맥길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한 그는 증권거래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다가 2017년 중국 상하이에서 바이낸스를 창업했다.
바이낸스는 하루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다.
미국과 아시아, 유럽, 중동 등 세계를 무대로 거래를 중개하는 코인 제국이 자오창펑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는 몇 년 전 중국 당국이 암호화폐 단속을 강화하자 주요 사무실을 싱가포르로 옮겼고 서류상 회사 주소는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로 등록했다.
자오창펑은 코인 사업체에 우호적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개인 주소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경 때문에 바이낸스가 돈세탁과 탈세를 한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 업체는 미국, 영국, 일본, 홍콩 규제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고래싸움의 원인은?
두 사람은 원래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FTX는 2019년 바이낸스 투자를 유치하면서 가상화폐 거래 분야에서 빠르게 선두업체로 부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최근 몇 개월 동안 가상화폐 산업에 대한 당국의 규제와 이에 대응하는 로비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
뱅크먼-프리드는 미국 의회에서 가상화폐 산업 규제 문제에 대해 증언하는 등 협조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미 당국의 조사에 반발해온 자오창펑은 뱅크먼-프리드의 이런 태도에 불편해왔다.
결국 로비문제, 규제에 대한 입장차이, 주도권싸움등이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 놓았을 것이다.
이런 차에 2일 FTX의 재무구조 부실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가 나오자 자오창펑은 7일 FTX가 발행한 토큰 FTT를 처분한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FTX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고 FTT 및 관련 가상화폐 폭락으로 이어졌다.
FTX는 고객의 자금 인출 요구에 따른 뱅크런 사태에 직면했고, 결국 바이낸스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그러자 바이낸스는 유동성 위기 해소 명목으로 FTX를 인수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하여 해결되는 듯 했으나 곧 철회했다.
이유는 FTX 기업 실사 결과, 예상보다 부채가 많고 자금난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코인 억만장자 2명 갈등이 코인 시장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키우고 투자자들의 피해까지 초래한 것으로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