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0. 07:11ㆍ수상한 투자(스토리)

좀 오래된 얘기지만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사고 뉴스는 가히 메가톤급이었다.
이 사건은 기업 내부통제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사고이지만 한 개인의 잘못된 행동이 본인은 물론 주변의 가족, 상장회사와 그 투자가들의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2021년 당시 직원 L씨의 횡령으로 한국거래소에 의해 코스닥시장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되어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으며, 주가는 폭락해 주주들의 큰 손해가 발생했었다.
주주들에게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격이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1997년 1월에 설립되어 치과용 임플란트 및 치과용 소프트웨어 제조,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회사이다.
임플란트 시술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할 수 있는 CAS/LAS Kit, ESSET Kit, 122 Taper Kit 등 다양한 기구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골량이 부족한 임플란트 시술 사례를 위해 이종골인 A-Oss, 합성골인 Q-Oss+를 개발하고 소규모 치과를 주 거래처로 하고 있다.
이런 잘 나가던 오스템임플란트 기업의 회삿돈을 빼돌렸던 횡령사고는 당시 재무팀장 L에서 비롯된다.
L은 1천980억원을 8회에 걸쳐 빼돌릴 때마다 주식을 매입하는 데 쓴 것으로 확인됐다.
잔액증명서를 위조하고 회사 자금을 개인 계좌로 빼돌린 것이라 한다.
1천430억원어치의 동진쎄미켐 지분 392만주를 사들이기 이전에도 이전 횡령금 550억원을 이용해 주식 투자를 했었다 고도 한다.
2021년 3월께 L이 횡령한 100억원을 회사 계좌에 돌려놓았던 점을 미루어보아 횡령 초기에는 L씨가 주식으로 이익을 남겼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자 L이 누적된 손실을 메꾸기 위해 2021년 10월 1천430억원을 한꺼번에 횡령하여 주식투자를 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1천430억원을 들여 매입한 동진쎄미켐 주식(392만주)조차도 L씨 매입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결국 횡령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L씨는 이 주식을 매도하기에 이른다.
동진쎄미켐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재료, 대체에너지(Li-ion rechargeable batteries, fuel cells)용 재료와 발포제를 제조 판매하는 회사이다.
아마 삼성전자의 소부장기업으로 L은 당시 시장의 풍문을 듣고 귀가 솔깃하여 투자하지 않았나 생각이든다.
주가 흐름이 여의치 않자 2021년 11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동진쎄미켐 주식 336만7431주를 처분해 약 1112억 원을 현금화했다.
평균 취득 단가(주당 3만6492원)보다 싼 평균 3만3025원에 처분해 단기간에 120억 원의 손해를 봤다.
당시 슈퍼개미라 불릴 정도의 큰손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급하게 주식을 처분한 이유에 대해 시장에서도 궁금해 했다한다. 이 슈퍼개미를 정황상 L로 보고 있다.
지나간 얘기지만 그 이후 동진쎄미켐 주식은 어떻게 주가가 흘렀을까?
얄굿게도 L이 매도한후 한때 주가는 최고치를 갱신하기도 했다. 현재는 당시 주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 해 11월, 한국거래소 공시시스템에 개인투자자 1명이 엔씨소프트 주식 70만3325주를 매수하고 21만933주를 매도했다는 공시도 떴다. 매수 금액만 3000억 원대로 추산됐다.
개인의 계좌에서 엔씨소프트 주식 대량 매매가 이뤄진 점을 수상하게 여겨 모니터링결과 이 사람이 앞선 10월에 1430억 원 상당의 동진쎄미켐 주식을 사들인 L씨인 것으로 확인했다.
그가 슈퍼개미로 오인 받을 만한 투자규모였던 것이다.
L이 투자한 11월 11일은 엔씨소프트가 대체불가토큰(NFT) 사업 진출을 선언한 날로, 엔씨소프트 주가는 상한가로 치솟아 78만6000원에 마감했다. 이후 2거래일 만에 주가가 16% 하락하며 66만 원대로 떨어지자 L은 11월 15일 엔씨소프트 주식 53만 주를 순매도하며 ‘손절’에 나섰다.
당시 증권가에선 한 슈퍼개미가 NFT 사업 진출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투자에 나섰지만 주가가 급락하자 다급히 발을 뺐다는 추측이 이어졌다.
마음은 급하고 좌충우돌의 투자행동으로 L은 최소한의 이성적판단마져 사라져가고 있었다.
아이러니 한것은 엔씨소프트는 당시 팬더믹의 수혜주인 게임주의 대장주로서 최고치를 찍은후 하향추세를 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L은 절묘하게 손절한 것이며 1년간 더 보유했다면 주가는 반토막이 났을 것이다.
그야말로 주가는 귀신도 모르는 것이다.

이미 동진쎄미캠 투자로 거액의 손실을 입은 L이 횡령액보다 많은 돈을 엔씨소프트에 투자할 수 있었던 건 전문투자자에게나 허용된 차액결제거래(CFD)를 활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CFD를 이용하면 남은 자금을 증거금으로 실제 보유한 돈보다 최대 2.5배 많은 금액을 투자할 수 있다.
L은 동진쎄미캠 투자 손실을 만회하려 했지만 엔씨소프트 투자에서도 이익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이은 투자 실패로 횡령한 돈을 메우기가 어려워지자 투자를 포기하고 L은 남은 돈을 금괴나 부동산으로 온가족을 총동원해 은닉을 시도하게 된다.
L은 2021년 12월 18일부터 28일까지 680억원어치인 금괴 1KG짜리 851개를 사들여 아버지의 집과 여동생 집, L씨 소유 건물 등 3곳에 나눠 은닉했다.
2023년 3월31일 현재에도 골드바 1KG시세는 대개 95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L은 2021년 10월부터 12월까지 자신의 주식계좌에서 본인과 아내 ,처제,여동생등의 계좌로 100억여원을 분산 송금하기도 했다.
이어 2021년 11월 L의 아내 P씨는 경기도 파주시 와동동의 한 오피스텔 분양을 신청해 1세대를 18억 660만원에 분양받았다.
이어 미분양된 호실 2세대를 각각 8억 7410만원과 8억 7680만원에 추가로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2월 29일 한 자산신탁 명의 계좌로 오피스텔 매수대금 35억 5750만원을 송금했다.
거액을 송금하기 하루 전인 12월 28일 P씨는 자신의 여동생과 함께 한 리조트 회원권 거래소 직원들을 만나 여동생 명의로 리조트 2곳의 회원권을 3억 1166만원에 구매했다.
비슷한 시기 P씨는 또 다른 거래소를 통해 세 번째 리조트 회원권 매수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L씨는 회원권 구매 및 10년간의 관리비 명목으로 34억 1410만원을 이 거래소 명의 계좌로 이체했다.
12월 30일에는 L씨가 11억 4500만원을 수표 및 현금으로 인출해 박씨에게 전달했고, 박씨는 또 다시 파주시 와동동의 상가 사무실 한 호실을 매수했다. 이 상가 사무실은 P 명의로 매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처제의 남편, 즉 동서와 공모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의 한 아파트(16억 5000만원)를 처제 부부 명의로 매수하려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자금출처의 증빙을 하지 못해 계약 체결이 어렵게 되자 매도인과 협의해 전세보증금 12억원에 전세계약을 맺고, 차액 4억 5000만원에 대해서는 차용증을 지급받기로 했다.
L이 16억 5000만원을 매도인 계좌로 송금한 만큼, 실질적인 매매계약이었다고 검찰은 분석했다.
이처럼 L씨와 그 가족들이 부동산과 리조트 회원권을 매수하는 데 쓴 비용은 100억 7826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런 허황된 사건들은 결국 수사를 받고 재판을 받아 본인과 가족들 모두 비극적 사건의 인물이 되었다.
L은 온가족의 집안에 횡령금을 숨겨두고 잠적했다가 결국 아내 명의의 건물에서 붙잡혀 체포되고 가족 모두가 입건된 것이다.
이외에 처제 P씨의 경우 자신과 남편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 2대를 L에게 제공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됐고, L의 여동생은 자신 명의의 체크카드를 아버지(자살하는 비극을 초래했지만)에게 양도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는 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L에게 징역 35년과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범죄수익 1151억8797만원에 대한 추징 명령도 함께 내렸다. L의 횡령을 도운 가족들에게도 유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아내 P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고, L의 처제와 여동생에겐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P가 불법 수익임을 인지하고도 자신이 L에게 증여받은 재산을 그대로 보유하겠다고 해 실형 선고를 했다.
한편 오스템임플란트는 1880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 발생으로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958억원을 회계상 전액 손실로 인식했다.
나머지 금액중 1000억원 중 643억원치 횡령된 금괴는 모두 회수했고, 주식과 부동산, 반환채권 형태로 남은 260억원의 미수금도 회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희대의 사건을 겪은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는 어떻게 흘렀을까?
챠트를 보면 사고이후 2022년 1월부터 4월까지 주식 거래 정지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이후 주식이 횡보를 보이다가 최근 주가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에 무슨 일이 생긴것 일까?
오스템임플란트의 공개매수와 자진상폐에 대해서는 다음에 정리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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